코스트코 계산원 시급 5만원, 회사가 손해 보지 않는 진짜 이유
계산원에게 시급을 약 5만 원이나 준다면 회사는 손해를 보지 않을까요?
처음 이 이야기를 들으면 “미국이라서 가능한 임금인가 보다”라는 생각부터 듭니다. 하지만 코스트코가 직원에게 높은 임금을 지급하는 이유는 단순한 복지나 선의만은 아닙니다.
직원이 자주 그만두지 않게 만들고, 숙련된 직원이 더 많은 고객을 정확하고 빠르게 응대하도록 만드는 경영 전략에 가깝습니다.
코스트코는 직원에게 높은 임금과 복지를 제공해 이직률을 낮춥니다. 오래 근무한 직원은 업무 속도와 정확도가 높아지고, 회사는 신규 채용과 교육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결국 높은 시급이 더 낮은 운영비와 높은 매출로 연결되는 구조입니다.
시급 5만원은 모든 계산원이 받는 금액일까?
먼저 제목에서 오해하기 쉬운 부분부터 짚어보겠습니다.
미국 코스트코 계산원 모두가 처음부터 시급 5만 원을 받는 것은 아닙니다. 화제가 된 사람은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의 코스트코에서 약 40년 동안 근무한 토니 바자르입니다.
그는 1986년 코스트코의 전신인 프라이스클럽에 입사해 카트 정리와 상품 진열 등을 거쳐 현재 셀프 계산대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현재 시급은 32.90달러입니다. 환율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약 4만9천 원에서 5만 원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정확하게 표현하면 ‘40년 장기근속 계산원의 시급이 약 5만 원’인 것입니다.
또 하나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국내 기사에서 ‘퇴직금 15억 원’이라고 표현되기도 하지만, 정확히는 회사의 퇴직연금 제도와 본인의 장기 적립을 통해 쌓은 401(k) 계좌 잔액이 100만 달러를 넘었다는 의미입니다.
코스트코가 직원 월급을 아끼지 않는 이유
일반적으로 기업은 인건비를 줄이면 비용도 줄어든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직원이 계속 퇴사하는 업종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직원 한 명이 그만둘 때마다 회사는 새로운 사람을 뽑고 다시 교육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비용이 계속 발생합니다.
- 채용 공고와 면접에 들어가는 비용
- 신입 직원 교육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
- 업무에 익숙하지 않은 직원의 낮은 생산성
- 계산 실수와 고객 불만 처리 비용
- 숙련 직원이 신입을 도와주느라 생기는 업무 공백
- 서비스 불만으로 고객이 이탈하면서 발생하는 매출 감소
시급을 조금 아끼더라도 직원이 자주 그만둔다면, 절약한 인건비보다 더 많은 비용이 채용과 교육 과정에서 빠져나갈 수 있습니다.
코스트코는 바로 이 점을 반대로 이용했습니다.
직원을 싸게 쓰고 자주 교체하는 대신, 더 좋은 대우를 제공하고 오랫동안 함께 일하게 만드는 방식을 선택한 것입니다.
낮은 이직률이 어떻게 매출을 높일까?
코스트코에서 입사 후 1년 이상 근무한 직원들의 이직률은 약 7%로 알려져 있습니다. 직원 교체가 잦은 소매 유통업계에서는 상당히 낮은 수준입니다.
장기근속 직원이 많아지면 매장에서는 몇 가지 변화가 생깁니다.
1. 계산 속도가 빨라집니다
숙련된 계산원은 상품을 처리하는 속도가 빠르고,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생겼을 때도 당황하지 않습니다.
코스트코의 전통적인 계산대에서는 직원 한 명이 평균적으로 시간당 약 57명의 고객을 처리하며, 빠른 직원은 시간당 약 70명까지 처리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계산대 줄이 빠르게 줄어들면 고객의 대기 시간이 짧아지고 쇼핑 만족도도 높아집니다.
2. 실수와 고객 불만이 줄어듭니다
오래 근무한 직원은 상품 위치와 환불 절차, 회원 제도, 결제 과정에 익숙합니다.
문제가 생겼을 때 관리자를 매번 부르지 않고 현장에서 빠르게 대응할 수 있어 계산 오류와 고객 불만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3. 신규 직원 교육도 쉬워집니다
코스트코는 일부 장기근속 직원에게 신입 직원과 기업문화를 교육하는 ‘문화 코치’ 역할도 맡기고 있습니다.
회사 운영 방식과 고객 응대 노하우가 직원 퇴사와 함께 사라지지 않고 다음 직원에게 이어지는 것입니다.
경제학에서는 ‘효율임금’이라고 부릅니다
시장 평균보다 높은 임금을 지급해 더 좋은 직원을 확보하고 이직률을 낮추는 전략을 경제학에서는 효율임금이라고 합니다.
회사가 직원에게 더 많은 돈을 지급하지만, 직원의 생산성과 책임감이 함께 높아져 결과적으로 회사에도 이익이 된다는 개념입니다.
쉽게 비유하면 오래 운전한 베테랑 기사와 매일 바뀌는 초보 운전자의 차이와 비슷합니다.
초보 운전자의 급여가 조금 저렴하더라도 사고와 실수가 잦고 매번 다시 교육해야 한다면, 회사가 실제로 부담하는 비용은 오히려 커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숙련된 직원은 급여가 높더라도 더 빠르고 정확하게 일하기 때문에 전체 운영비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임금만 올린다고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코스트코의 사례를 보고 단순히 “월급을 많이 주면 회사도 잘된다”고 결론 내리기는 어렵습니다.
좋은 일자리 전략이 성공하려면 임금 인상과 함께 업무 구조도 바뀌어야 합니다.
- 직원이 예측할 수 있는 안정적인 근무 시간
- 충분한 업무 교육
- 불필요하게 복잡한 업무의 정리
- 현장 직원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권한
- 장기근속과 내부 승진이 가능한 경력 구조
- 고객을 제대로 응대할 수 있는 충분한 인력
생산성을 높일 준비 없이 임금만 올리면 영업이익률이 낮은 유통업체에는 큰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코스트코 전략의 핵심은 단순한 고임금이 아니라 ‘높은 임금과 높은 생산성을 함께 만드는 운영 시스템’입니다.
다른 기업들도 비슷한 전략을 쓰고 있습니다
월마트 계열의 창고형 매장 샘스클럽도 핵심 직원을 대상으로 시급을 인상하고, 고정형 근무표와 업무 절차 개선을 함께 추진했습니다.
그 결과 직원 이직률이 낮아지고 노동생산성과 고객 만족도가 개선됐습니다. 매출 성장에도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진단검사 기업 퀘스트다이애그노스틱스도 고객 상담 직원의 높은 이직률을 해결하기 위해 임금과 교육, 경력 개발 구조를 함께 손봤습니다.
이 사례들이 보여주는 공통점은 분명합니다.
직원을 교체 가능한 비용으로만 보지 않고, 숙련도가 쌓이는 자산으로 보기 시작했을 때 서비스와 실적이 함께 좋아졌다는 점입니다.
좋은 일자리 전략에도 위험은 있습니다
물론 고임금 전략이 언제나 성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매출이 감소하더라도 이미 높아진 임금과 복지를 갑자기 줄이기는 어렵습니다. 생산성이 따라오지 않으면 가격 인상이나 인력 감축 압력이 커질 수도 있습니다.
또한 충분한 퇴직자산을 모은 장기근속 직원이 회사가 예상한 시점보다 일찍 은퇴하는 상황도 생길 수 있습니다.
실제로 코스트코에는 401(k) 퇴직연금 계좌에 100만 달러 이상을 보유한 시간제 직원이 수천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회사는 높은 임금을 지급하며 경험을 쌓게 했지만, 그 경험을 가진 직원이 경제적 여유를 확보한 뒤 조기 은퇴할 수 있다는 역설도 존재하는 셈입니다.
양쌤의 생각
코스트코 계산원의 시급 5만 원이라는 숫자도 놀랍지만, 더 인상적인 부분은 회사를 바라보는 관점이었습니다.
우리는 흔히 직원의 월급을 회사가 줄여야 하는 비용으로만 생각합니다. 그러나 코스트코는 숙련된 직원을 매출과 고객 만족도를 높이는 자산으로 바라봤습니다.
특히 사람을 자주 뽑고 다시 교육하는 비용은 회계장부에서 한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기업이 놓치기 쉽습니다.
당장 시급 몇 달러를 아끼는 것보다 좋은 직원이 오래 일하고 싶어 하는 회사를 만드는 것이 결국 더 경제적일 수도 있습니다.
코스트코의 시급 5만 원은 단순한 복지가 아니라, 직원의 숙련도와 장기근속을 이용해 채용비·교육비·실수 비용을 줄이고 고객 만족도와 매출을 높이는 장기 투자에 가깝습니다.
※ 시급 5만 원은 40년 장기근속 직원의 시급 32.90달러를 원화로 환산한 금액으로, 환율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모든 코스트코 계산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시급은 아닙니다.
※ 15억 원은 일반적인 일시금 퇴직금이 아니라 장기간 적립된 미국의 401(k) 퇴직연금 계좌 잔액을 의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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